전문가들은 암 환자들이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 그리고 온열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진은 온열치료를 받는 환자의 모습. 사진=(주)아디포랩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이고, 내부 장기가 있는 몸속 체온은 37도 전후가 좋다. 피부 표면 온도는 34~35도 정도로 심부 체온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우리 몸은 심부 체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심부 체온이 0.5~1도만 높아지거나 낮아져도, 에너지를 방출하고 전환하고 저장하는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심부 체온이 1도 올라가면 기초 대사율은 15%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체온이 내려가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액이 운반하는 산소나 영양소, 면역 물질이 신체 곳곳에 제대로 운반되지 않기 때문에 체내 균형이 깨지고,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이처럼 심부 체온은 우리 몸에서 체온을 조절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암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체온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암 세포가 차가운 환경을 좋아해 몸을 더 차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암세포가 열에 약하고, 열을 싫어하는 성질을 띠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암세포가 열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19세기 말에 발견되었다. 또 전염병으로 장기간 고열에 시달린 환자들에게서 육종이 치료되거나 완화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몸속에 열을 가하는 것이 종양이나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실험들이 이어졌다. 온열치료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암 치료의 보조 요법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과 병행하여 쓰이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의 ‘온열치료 효과와 증례보고’ 세미나 내용을 중심으로 온열치료법을 소개한다.
◇고주파 온열치료의 원리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종양치료의 목적으로 온열치료를 시행했다. 온열치료는 암 조직에 열을 가해 암세포를 없애는 치료법이다. 열이 가해지면 암 조직 내부에 있는 혈관은 확장하지 못하고 온도가 상승하면서 혈류량이 감소된다. 열이 분산되지 않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암세포가 괴사되는 것이다. 반면에 정상 조직에 열을 가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열을 분산시켜 시간이 지나면 혈관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된다.
처음 온열치료의 원리를 발견했을 때는 몸 깊숙한 곳에 있는 종양에 효과적으로 열을 전달하기 어려워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후 독일 등 유럽에서 체내 깊숙한 곳까지 열을 전달하는 국소 온열치료기기가 개발되었고, 2007년 이후에는 국내 주요 병원은 물론 해외 암센터에서도 간암, 위암, 대장암, 폐암 등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가 온열치료를 한 번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에서 한 시간 정도다. 목걸이나 귀걸이 등 착용한 금속물질을 빼낸 후 온열 치료용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는다. 피부 겉으로 느껴지는 자극은 거의 없고,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열이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시술 후에는 종양이 충분히 탔는지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시행한다. 컴퓨터 단층촬영 결과와 시술 전을 비교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추가적인 시술을 할 수 있다. 또 시술 후 갑자기 일어나면 혈액 순환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므로 충분한 안정을 취한 후에 몸을 일으켜 움직여야 한다. 환자 가운데는 시술 후 통증이 생기거나, 열이 나는 환자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강영남 교수는 “종양의 크기와 위치, 타겟을 설정한 후 열을 전달한다”며 “온열치료는 주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병행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여러 연구를 통해 방사선 치료와 같이했을 때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한온열의학회 회장인 최일봉 교수는 “온열치료는 암환자에게 있어 면역력을 강화하는 작용이 있다”며 “면역력을 높여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을 막는 데 일조하고, 종양을 축소해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주파 온열치료의 사례
현재까지 많은 환자가 고주파 온열치료를 병행했을 때 암이 더 진전되지 않거나 호전되는 증상을 보였다.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주종천 교수는 “두 군데 정도에서 간암이 발견된 환자에게 고주파 온열치료를 일곱 번 시행했을 때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열여덟 번 시행한 결과 증상이 호전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간암은 매우 예후가 좋지 않고 잘 치료되지 않는 암 중 하나인데, 고주파 온열치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고 말했다.
또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의 순응도를 높여주는 치료로 많은 환자를 통해 암 크기가 감소하거나 피로, 식욕부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술이 적용되지 않는 말기 암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적용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산부나 심한 염증 환자, 복수가 심한 환자, 골수 이식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 인공관절수술 등과 같이 큰 금속 물질을 삽입한 환자 등은 고주파 온열치료를 받기 전 반드시 의사에게 해당 상황을 알리고, 치료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하는 환자도 관찰되기 때문에 의사와 충분히 상담 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온열치료를 한 피부 주위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지방이 많은 부위에 염증이나 화상, 상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상해를 입을 수 있으니 절대 눈 주변으로 온열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
서울성모병원 강영남 교수는 “현재 온열치료법을 시행하는 중에 몸속 온도를 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또 “온열치료 중 혈관의 반응과 온도 변화 등을 체크해야 하므로 실험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열치료기기의 기능 또한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환자의 암을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173